중국의 ‘치킨게임’ 종식 선언, 출혈 경쟁의 끝에서 내가 배운 것

치킨게임을 멈춰라: 중국이 뽑아든 ‘공개 처형’이라는 칼

중국 정부가 ‘파멸적 가격 전쟁’을 벌이는 기업들을 공개 명단에 올려 망신을 주겠다는, 그야말로 칼을 빼 들었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 제 살을 깎아 먹던 기업들을 이제 대중 앞에 세워놓고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의지죠. 이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경쟁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장의 룰 자체를 바꾸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자동차 부품 해외영업으로 10년을 보냈습니다. 제 20대와 30대는 온통 단가표와 견적서, 그리고 ‘1센트만 더’를 외치는 바이어와의 줄다리기였습니다. 이기지 못하면 우리 공장 라인이 멈추고, 동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압박감. 그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죠. 그런데 10년 만에 회사를 나와 재취업한 지금, 저는 정반대의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고무 화학제품을 사들이는 구매팀원으로서, 이제는 제가 과거의 저와 같은 영업사원들에게 가격 인하를 압박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겁니다. ‘더 싼 곳 없냐’는 말을 내뱉을 때마다, 전화기 너머 상대방의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곤 합니다.

가격표 뒤에 숨겨진 진짜 비용

출혈 경쟁의 끝은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본 풍경은 늘 비슷했습니다.

1. 품질의 실종: 원가를 낮추기 위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건 보이지 않는 품질입니다. 당장은 티가 안 나지만, 결국 신뢰를 잃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들죠.

2. 혁신의 정지: 이익이 없으면 연구개발도 없습니다. 당장의 생존에 급급해 미래를 위한 투자는 사치가 됩니다. 산업 전체가 퇴보하는 길이죠.

3. 일자리의 소멸: 최후의 승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너도나도 상처만 입고 쓰러지면, 남는 건 멈춰버린 공장과 길 위로 내몰린 사람들뿐입니다. 가정을 지켜야 하는 가장으로서, 이 무게는 누구보다 무겁게 다가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2억에 가까운 돈을 온라인 사기로 날렸을 때의 그 처참함을 기억합니다. 인생의 밑바닥이 이런 것이구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공포. 기업들이 출혈 경쟁 끝에 맞이하는 도산의 공포와 그것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결국 그 끝에는 누군가의 눈물과 책임져야 할 가족들의 얼굴이 어른거립니다.

가치가 가격을 이기는 세상

중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기업을 향한 경고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더 싸게’만을 외치며 달려온 우리 모두에게,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경쟁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40년의 삶을 돌아보며,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어떤 가치를 만들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임감과 간절함으로, 내 아들에게만큼은 ‘가성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저품질의 세상이 아니라,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단단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남을 무너뜨려야 내가 사는 이 치킨게임은, 과연 우리 삶의 유일한 정답일까요.

기사 원문: China to Name and Shame Firms Blamed for Destructive Price 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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