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적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손해보험사들의 이익이 급증한 것인데요.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복잡한 의료 시스템과 보험 산업의 구조적 특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오늘은 이 현상의 원인과 영향,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손해보험사의 실적 급상승: 숫자로 보는 충격적 증가

금융감독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 31곳의 당기순이익은 무려 5조 772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2%, 금액으로는 6277억원이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삼성화재와 DB손보가 각각 1조원이 넘는 순익을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메리츠화재(9977억원)와 현대해상(8330억원) 역시 큰 폭의 순익 증가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실적 급상승의 이면에는 의료파업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의료 서비스의 제한으로 인해 보험금 청구가 감소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은 예상보다 적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곧바로 이익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2. 의료파업의 반사이익: 예실차 관리의 중요성

의료파업의 영향은 ‘예실차’라는 개념을 통해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실차란 새 회계기준(IFRS17)에서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 사업비 추정액과 실제 발생한 현금 유출액 규모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보험사가 예상한 지출보다 실제 지출이 적으면 그 차액만큼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현대해상의 경우, 작년 상반기에는 예실차가 -140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50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호흡기 질환 관련 손해액 개선과 일부 질병담보 청구 안정화 등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예실차의 개선이 현대해상의 장기보험 손익을 전년 대비 227.5%나 급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3. 공격적 영업 전략: 위기를 기회로

흥미로운 점은 손해보험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보험금 청구가 줄어든 상황을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쳤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화재의 경우 상반기 신계약서비스마진(CSM)이 전년 대비 13.6% 증가한 1조 638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장기 인보험 부문에서 15.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죠. KB손보 역시 공격적인 영업으로 보험영업손익이 30.1% 증가한 688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DB손보는 운전자 보험, 간편 보험 등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장성 월평균 신계약을 전년 대비 10.5% 늘렸습니다. 이는 의료파업 상황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실손보험의 역설: 갱신 보험료 인상의 영향

의료파업의 영향은 실손보험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메리츠화재의 김중현 대표는 “3세대와 4세대 실손 갱신 물량이 6월에 급증했는데, 갱신 보험료가 오름에 따라 손실 부담 계약이 이익계약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실손보험의 구조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보험사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보험 가입률이 감소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보험 산업과 의료 체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의료파업이 던진 보험 산업의 과제

의료파업으로 인한 손해보험사들의 실적 급상승은 우리 사회의 의료와 보험 시스템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단기적으로는 보험사들의 이익이 증가했지만, 이는 결국 의료 서비스의 제한과 소비자들의 불편을 대가로 한 것입니다.
앞으로 보험 산업은 이러한 상황에서 얻은 이익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정책 입안자들은 의료 시스템과 보험 제도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국민 건강과 경제적 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의료파업이라는 위기 상황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의료와 보험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